마이클 만 감독의 < 마이애미 바이스 >를 프레스 시사회를 통해 본 것은
이달 초인 8월 4일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TV 판 < 마이애미 바이스 >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어둡고 거칠면서도 비장미가 넘치는 것이어서 다소 의아했었는데,
TV판을 캐릭터들은 그대로 살리고 스케일만 크게 키워 업그레이드시킨 극장판이 아니라
마이클 만의 전작인 < 콜래트럴 >을 강하게 연상시켰습니다.
TV 판 < 마이애미 바이스 >이 보여주었던 대표적인 이미지는
눈부시도록 밝고 화창한 마이애미의 해변을 배경으로
핑크색 와이셔츠를 입고 미녀들과 칵테일 파티를 벌이면서
멋진 스포츠카를 고속으로 모는 스타일리쉬하고 경쾌한 버디 형사물로 남아있는데,
마이클 만은 이러한 상업적으로 치장된 TV 판의 이미지를 저만큼 던져버리고
마약과 격렬한 총격전, 조직 범죄, 성폭력 같은 강력 범죄들이 난무하는
어둡고 거칠며 폭력적인 마이애미 뒷골목의 실제 모습을 놀랄만큼 사실적으로 그려 보여줍니다.
실제로 영화 전체에 걸쳐 TV 판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마이애미 해변의 대낮 해변가 모습은 거의 보여지지 않고
대부분의 장면들이 한 밤 중의 텅 빈 건물이나 빈민촌의 트레일러 등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이렇게 되면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왜 굳이 < 마이애미 바이스 >라고 제목을 붙였느냐는 의문이 생기게 되죠.
감독 스스로가 이번 극장판은 캐릭터 등 기본 설정 외에는 모든 것을 탈바꿈시킨 작품이어서
이번 작품과 TV 판이 같은 점은 흑백의 두 형사 콤비와 마이애미라는 배경 뿐이라고
일찌감치 밝혔으면서 말입니다.
이 작품은 상당히 수준 높고 만족스러운 '현대 형사물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여유만만하고 유머넘치는 멋쟁이 형사의 외양이나 동료 형사와의 끈끈한 신뢰와 우정,
범죄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정의의 사도 같은 굳은 신념,
멋드러진 패션과 자신감 넘치는 일상의 모습들, 격렬하면서도 화려한 총격전,
날카로운 추리와 신속한 행동력, 혐오감을 자아내는 악당들의 모습과 작태들,
아름다운 증인이나 용의자와의 달콤한 로맨스와 안타까운 이별
같은 낯익은 클리셰들은 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거칠고 난폭한 수사 현장과 격렬한 총격전, 경찰 상부 및 FBI와의 짜증나는 신경전 같은 모습들을
시종일관 어둡고 답답한 마이애미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적나라하게 펼쳐 보여줍니다.
TV 판이 70년대 특유의 소프트한 감각을 과시했던 것과는 다분히 대조적으로
영화는 레이먼드 챈들러나 대실 해미트를 연상시키는 하드보일드한 시각과 어투로
시종일관 긴박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주면서 전개됩니다.
통상적으로 백인 형사와는 대조되게 소란스럽고 산만하게 그려지기 쉬운 흑인 형사 역할의
제이미 폭스도 흑인 형사 캐릭터로는 아주 이례적으로 지적이면서 진지하게 연기합니다.
동료 경찰들이나 FBI는 물론이고 악당들조차도
아무도 쾌활하거나 유머러스한 만화적인 캐릭터로는 전혀 그려지지 않아
실제 뒷골목의 비정하고 잔혹한 세계를 극사실주의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감독은 이를 위해 무려 5년 간이나 실제 비밀 수사관과 FBI, DEA 요원들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이번 영화의 각본을 썼다고 합니다 
핸드 헬드로 촬영된 HD 카메라의 현장감 가득한 영상과 결합된 결과
이 영화는 대부분의 장면들은 상업용 극영화라기보다는
마치 < 60분 Sixty minutes >의 현장 르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지배적인데,
결정적인 차별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V 판의 가장 볼만한 장면은
멋쟁이 형사인 돈 존슨이 몰고 등장하는 멋진 스포츠카와 고속정의 자태들인데,
이 부분만큼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등장합니다.
콜린 패럴이 모는 페라리 챌린저 스포츠카와
역시 패럴이 쿠바까지 몰고가는 스피드 보트의 모습 등이 눈길을 끌기는 하지만,
모처럼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 자동차나 보트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
화려한 카 체이싱이나 보트 추격씬이 없는 점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TV 판에서보다 스케일이 커진 장면은
바로 걸프스트림 리어 제트기를 이용한 밀수 장면인데,
사실 이 부분의 연출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총격전 장면이었는데,
다양한 총기의 조준 거리와 소리, 입사 각도까지 치밀하게 고려하여 공들여 연출된 이 장면은
최근에 본 영화의 총격전 장면들 중에서 가장 사실감이 돋보이는 볼꺼리였습니다.
(SWAT의 기술 자문을 받았고, 3개월 간이나 합숙 훈련을 받았다고 하네요
< 히트 >에서의 도심 총격전 장면과 비교해 보면 어떤가 하면
아쉽게도 < 마이애미 바이스 >의 이번 총격전 장면은
< 히트 >의 압도적인 박력에는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카메라 앵글의 폭이 넓고 총소리의 반향도 놀랄만큼 풍부하게 울려펴졌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영화에서의 총격전은 항구 옆 뒷골목의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인데다가
광량이 적은 야간에 조명이 충분하지 않은 HD 카메라로만 촬영을 한 데다가
결정적으로 헨드 헬드 촬영의 단점인 카메라의 흔들림이 지나치게 심해
화면이 제대로 안정되게 보여지지 못하고 해상도도 급격하게 떨어지는 부분이 많아
마치 < 60분 >의 현장 잠입 르포를 보는 것 같아 결정적인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총소리 역시 사실적이고 격렬하기는 하지만,
< 히트 >에서와 같은 풍성한 울림이나 넓은 공간감은 부족한 점이 한계로 남습니다.
HD 영상에 매우 관심이 많은 까닭에
HD 카메라로 촬영된 이 영화의 촬영과 영상에 특별한 기대를 가지고 갔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상당한 실망을 주었습니다.
< 콜래트럴 > 역시 HD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고
역시 거의 대부분의 장면들이 밤에만 촬영된 영화였지만
상당 수의 장면들이 비교적 밝은 도심 안에서 촬영된 까닭에
HD의 취약점인 밤 장면의 낮은 해상도가 그다지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작품은 촬영 장소들이 어두운 뒷골목이나 부둣가 같은 곳인 탓에
상대적으로 화면의 해상도와 선명도가 많이 떨어지고
특히 헨드 헬드로 촬영된 부분들은 종종 핀트가 맞지않는 느낌까지 주었습니다.
용산 CGV의 IMAX용 5관이었는데,
디지틀이 아닌 필름으로 키네코된 상태의 상영이었던 데다가
이 곳은 기본적으로 디지틀이나 70mm 필름용 스크린인데
이날 상영된 시사회의 프린트는 35mm 필름이었던 탓에
디지틀 상영에 비해 단점이 훨씬 더 두드러졌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색적인 점은 공리의 출연이었는데,
쿠바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남미계 마피아의 정부로
영어보다 스페인어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그녀가 왜 이 영화에 나와야 했는지가 얼른 와닿지 않고
전체적으로는 생뚱맞다는 느낌이 더 들 정도였습니다.
2개월 간이나 연습했다는 살사 댄스 장면도 그다지 멋있지 않았고요.
단순히 동양계 여배우가 헐리우드의 불록버스터에 출연한 것 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제는 거장급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만 감독의 진중한 이 작품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영화 속의 역할이나 모습이 공리와는 그다지(거의!)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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